[서창익의 누구나 평생교육] 도민행복대학 운영기관 선정
어느 날‘054’를 시작으로 하는 지역 번호로 휴대전화의 몸통을 진동하였다. 도내 남부 지역 평생교육팀의 심사 의뢰 요청이었다.
도민행복대학 교육 위탁운영 기관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데 참석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작은 심사비용을 제시하면서 무안해하는 요청이었지만 평소 지역의 도민행복대학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던 필자는
찰라, 순간에 흔쾌히 대답하였다. 아마도 심사료의 많고 적음을 따지면서 참여하는 심사위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대전지역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심사비가 책정된 심사하기로 내정 되어 있었지만
도민행복대학 선정과정에 대한 궁금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결정하였다.
매년 2~3월이면 올해 진행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시기이다.
필자는 최근에 타 시군에서 진행되는 평생교육 강사 및 평생교육 프로그램 선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평생교육사의 스마트한 행정과 시대적인 트랜드에 적합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고민에 응원과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도민행복대학 위탁운영 기관 심사에서는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심사위원으로 군의회의 구성원, 교육 관련 공무원 등과 평생교육 관계자 등이 참석하여 보안각서를 제출하고
두 군데 대학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프레젠테이션을 심사하였다.
심사위원은 사업계획서를 심사하고 그 내용을 심사배정표에 따라 심사하게 된다.
사전에 도착하여 사업계획서를 충분히 검토해야한다. 필자는 보통 30분 전에 심사장에 도착하여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질의 사항을 준비한다.
심사위원의 최소 자격이라 생각된다. 이후 주관기관으로부터 심사 방향성에 관한 내용을 주문받게 된다.
모 대학의 사업계획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사업계획에 대한 중복과 타 사업계획서의 내용을‘Ctrl+c’와‘Ctrl+v’한 흔적,
심지어는 다른 지역을 거론하면서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또한, 예산계획의 기준이 없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다가 본의 아니게 실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교육에 대한 예산은‘지방자치 인재개발원’의‘강사수당 및 원고료 등 지급기준’이 적용된다.
그래서 필자는 예산에 대한 불명확성에 대해 질의하고 평가에 반영하였다. 심사위원의 자세는 평가를 위한 역할을 하면 된다.
지적하면서 심사위원의 지식을 주입하려고 하면 안 되기에 예산의 부적절성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질의를 마쳤다.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였다. 옆자리에서 듣고 있던 지역의 교육 관련 공무원은 ‘예산은 대학의 예산 기준에 의해서 작성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필자에게 전했다.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관망자적 태도는 모두를 모른다는 말과 같다는 생각이다.
그분은 경험으로 아는 지식이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편향된 지식으로 찰라 순간 꼰대가 되었다.
공무원의 불편한 조언(?)에 갑론을박 할 수도 있지만, 가치를 느끼지 못해 대답하지 않고 심사위원으로서 본연의 자세만 유지하였다.
평가점수로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 대학이 선정되었다.
도민행복대학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간 협력체제를 기반으로 경상북도가 정책 전반의 방향을 설정하고
도내 기초자치단체들이 각자의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참여한 지역의 도민행복대학 위탁기관 선정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성숙한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국정과제를 시작으로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어떻게 평생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교육과정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혼재한 실정이다.
들러리가 되어서 돌아오는 길은 심사 일정을 변경한 대전의 기관에 미안한 마음이 깊어졌다.